




상하이에서의 하루를 마치고 런던으로 향하는 아침이었다. 비행기를 타기 전, 어제 일정에 못 넣었던 동방명주를 보러 가기 위해 숙소에서 일찍 나섰다. 길을 걷다 보니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이 보여 아침 커피도 마실 겸 들렀다. 직원에게 “영업하시나요?”라고 물으니 “네, 합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와 안심하고 주문을 시도했는데, 당황스럽게도 직원들이 우왕좌왕했다. 알고 보니 상하이 스타벅스 운영 방식에 익숙하지 않았던 외국인을 도와주려 했던 것이었다. 덕분에 무사히 주문할 수 있었고, '위스키 배럴 에이즈드 라떼'라는 메뉴를 발견해 시도해보았다. 위스키의 향이 은은하게 배어나면서도 알코올은 전혀 없어서, 색다르고 맛있었다. 제대로 저어 마시니 위스키의 강렬한 향이 부드럽게 퍼지며 새로운 커피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다시 길을 나서 동방명주로 향했다. 그동안 사진에서 보던 야경과는 다른 낮 풍경의 동방명주는 역시 특별했고, 주변에는 사진을 찍으러 나온 사람들이 몇 팀 더 있었다. 덥기도 하고 충분히 구경한 후 숙소로 돌아와 런던행 비행 준비를 마쳤다.



비행기 시간을 고려해 교통편을 고민하던 중, 숙소 사장님께 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드렸더니 시간이 충분하니 지하철을 타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지하철이 택시보다 비용도 10배 정도 저렴하다는 말을 듣고 지하철을 선택했다. 덕분에 이른 아침부터 런던행 여정을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었다. 푸동 공항으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창밖 풍경을 보며 사진도 찍고 영상을 찍으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갑자기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역들이 다시 나오기 시작하면서 잘못 내린 것을 깨달은 것이다. 공항행 지하철을 환승할 역에서 내리지 못한 채 시내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순간 당황했지만 다시 공항 방향으로 가는 열차를 탔고, 다행히 비행기 출발 1시간 30분 전에 도착해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체크인 과정에서 상하이 푸동 공항은 라이터를 기내에 들고 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가지고 있던 라이터를 맡겼다. 대신 흡연장에서는 공용 라이터가 준비되어 있어 큰 문제는 없었다.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서 보니 좌석이 넉넉해 다행이었다. 두 끼 식사도 무난하게 제공되었는데, 첫 번째 면 요리는 중국 향신료가 강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듯했다. 식사 후에는 간식을 먹으며 영화를 감상하고 잠을 푹 잤다. 눈을 떠보니 창밖에는 런던의 전경이 펼쳐져 있었고, 저 멀리 축구 경기장이 보이기도 했다.


런던 공항에 도착해 밖으로 나가니 태극기가 보였다. 공항에서 빠르게 나와 런던 시내로 들어가는 길을 서둘렀다. 트래블카드를 구매해 런던 여행을 시작할 준비를 마치고, 숙소로 향하는 지하철에 탑승했다. 공교롭게도 그날이 파업 마지막 날이라 조금 불편했지만, 오히려 이런 경험도 여행의 일부분이라 생각하며 첫 숙소인 패링던 역으로 갔다.






패링던 역에 도착해 숙소로 걸어가는 길은 여유로웠다. 이미 밤 9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이었지만 런던의 여름 저녁은 아직 밝았다. 숙소는 스윈턴 호텔이라는 곳으로, 다음 날 맨체스터로 떠나기 위해 기차역 근처로 예약해둔 곳이었다. 런던에 온 것을 실감케 하는 영국식 발음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숙소에 체크인했고, 비록 하루 묵을 작은 방이었지만 안락하게 느껴졌다.


짐을 두고 잠시 출출한 느낌에 구글맵으로 찾아보니 근처에 맥도날드가 있었다. 하지만 가보니 사람들로 붐벼 맞은 편에 있는 파이브 가이즈로 향했다. 기본 치즈버거와 음료를 주문했더니 15.3파운드가 나왔고, 환율을 생각하니 꽤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유쾌한 캐셔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산책을 한 후 숙소로 돌아가 하루를 마무리했다.













